조선 제 8대 국왕 예종(睿宗)의 원비(元妃) 장순왕후(章順王后)의 공릉(恭陵)에 세운 표석을 족자로 장황한 금석문이다. 표석은 1817년(정조 11)에 세워진 것이다.

장서각에 소장된 공릉비 탁본은 전면 1점과 음기 1점이 남아 있다. 두 점 모두 탁면에 오금(烏金)을 입혔고, 백색 종이로 천리(天裏)와 지리(地裏), 사양(四鑲)의 구분 없이 장황하였다. 풍대(風帶)는 없고 축두(軸頭)는 나무로 만들었으며 전체적 보존상태는 좋은 편이다.

공릉은 현재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에 성종(成宗)의 원비 공혜왕후(恭惠王后)의 순릉(順陵), 진종(眞宗)과 효순왕후(孝純王后)의 영릉(永陵)과 같은 묘역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사적 제 205호로 지정되어 있다. 공릉비의 높이는 159㎝, 폭은 61.5㎝, 두께는 31㎝이다.

공릉비의 전면에는 소전체(小篆體)로 ‘조선국/장순왕후공릉(朝鮮國/章順王后恭陵)’이라 새겼다. 음기에는 해서체이며 장순왕후의 탄생과 세자빈 책봉, 승하, 장례 시기, 장지, 향년, 그리고 왕후로 추존된 시기를 기재하였다. 음기의 말미에는 표석의 건립연대를 밝혔다. 음기의 내용은 『열성지장통기(列聖誌狀通紀)』에도 실려 있다.

피전자 장순왕후의 본관은 청주(淸州)로, 자헌대부 삼사좌복야 문열공(資憲大夫三司左僕射文烈公) 한상질(韓尙質)의 증손녀이고, 상당부원군 영의정(上黨府院君領議政) 한명회(韓明澮)의 딸이며, 어머니는 고려의 문하시중 민지(閔漬)의 5대손인 한성부윤(漢城府尹) 민대생(閔大生)의 딸이다. 부친 한명회는 당대 최고의 권력자로 두 딸을 왕비로 만들었다. 장순왕후의 동생 공혜왕후(恭惠王后)는 예종의 조카 성종(成宗)에게 시집갔다. 장순왕후는 1460년(세조 6) 세자빈에 책봉되었는데 아름답고 정숙하여 세종(世宗)의 총애를 받았다. 이듬해 인성대군(仁城大君)을 낳았으나 예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향년 17세로 승하하였다. 1462년(세조 8) ‘장순(章順)’이란 시호를 내렸다. ‘장(章)’은 온순하고 너그럽고 의용이 아름답다는 뜻이고, ‘순(順)’은 유순하고 어질고 자혜롭다는 뜻이다. 같은 해 경기도 파주에 장사지냈다. 1468년 예종이 즉위하자 그 해 왕비로 추존하고, 1472년(성종 3) ‘휘인소덕(徽仁昭德)’의 존호를 올렸다.

장서각에는 공릉에 대한 자료가 여럿 소장되어 있다. 우선 공릉의 제반사항을 규정한 자료로 『공릉등록(恭陵謄錄)』(2-2286)과 『공릉사례(恭陵事例)』(2-2287) 등이 있고, 공릉의 지적도(地籍圖)인 『공릉도면(恭陵圖面)』(2-4415), 공릉의 지문(誌文)이 담긴 『공릉전록(恭陵典錄)』(2-4416) 등이 있다.

장순왕후의 생애를 금석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9세기 전반 왕실 금석문의 제작과 탁본, 장황방식까지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