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본래 5권 5책이나, 현재는 권 1이 누락되어있어 4권 4책 밖에 없는 낙질상태이다. 다만 김완진이 소장한 <빙빙전> 권 1로 <빙빙전>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원나라 말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위붕은 신동으로 불릴 정도로 영특하였지만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한다. 그의 어머니는 위붕을 태어나지 전부터 혼인약속을 가평장댁 막부인을 찾아가게 한다. 정혼자인 빙빙의 미모와 재주에 감탄한 위붕은 가평장의 집에 있으면서 빙빙과 결혼하길 바라지만 막부인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공교롭게도 위붕은 막부인의 양녀인 오씨와 정혼하고 과거에 급제한다.
위붕은 양주목으로 부임해 가던 도중 가평장댁에 들러 빙빙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선친끼리 한 결혼 약속을 지키자고 한 후 헤어진다. 이후 위붕은 승상이 되고, 막부인은 부실로 딸 빙빙을 허락한다. 이어 막부인의 권유로 위붕은 김씨를 셋째 부인으로 맞이한다. 그러나 정실 오씨는 위붕과 빙빙의 사이를 질투하여 못된 짓을 하다가 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를 빙빙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되며, 위붕과 빙빙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결혼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듣고 빙빙과 화해한다. 위붕은 이후 빙빙, 오씨, 김씨 등 처첩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자손이 번창한다.

<빙빙전>은 구우의 <전등여화>에 있는 <가운화환혼기>와 유사하게 시작하지만 권1 후반부터는 분명히 다른 지향을 보인다. <가운화환운기>의 경우 위붕과 가운화즉 빙빙은 정식으로 결혼하기 전에 이미 정사를 나누고 정식으로 혼인을 약속하였지만 막부인의 반대로 인해 혼인하지 못하자 상사병에 시달려 사망한 후에 환생하여 다시 결혼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빙빙전>은 권 1 후반에 오씨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서사의 편폭을 확장하고 원작에 없었던 처첩갈등을 첨가하였으며, 묘사의 측면에서도 원작의 염정적인 부분을 배제함으로, 빙빙의 모습을 열부로 그리고 있다. 이처럼 <전등신화>의 일부를 개작한 <빙빙전>은 조선의 <전등신화> 수용사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 중 하나라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