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는 ‘李陽永謙卦碑’이며, 표제 아래에 ‘彛室藏’이라고 墨書되어 있다. 不分卷 1帖으로 구성된 折帖本으로, 표지는 갈색 비단에 문양이 없다. 서명은 비단으로 만든 제첨 위에 필사하였다. 59절로 구성되어 있고, 종이는 두꺼운 楮紙를 사용하였다. 본문은 板式이 없는 拓印本으로, 비의 前面은 2行 2字, 陰記는 5行 10字로 이루어져 있다. 표지 이면에 정방형의 ‘李王家圖書之章’이 날인되어 있고 본문 첫 장에도 정방형의 ‘葉志詵印’, ‘東卿持贈’이 날인되어 있다. 淸의 학자인 葉東卿이 조선인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나, 수취자를 분명하게 알 수 없다.

본서는 이양빙이 쓴 겸괘 효사를 먼저 수록한 뒤에 이어서 張大用이 쓴 발문이 첨부되었다. 겸괘는 『周易』 64괘 중 15번째 괘명인데, 낮은 땅 아래에 높은 산이 있는 형상으로 자신을 굽혀서 낮은 자보다 더욱 낮추는 謙下의 상이다.

이양빙은 중국 당나라 때의 인물로 자가 仲溫이고 趙郡人이다. 당나라 때의 詩仙으로 알려진 李白의 종숙으로, 이백의 시집에 서문을 작성한 바 있다. 관직은 최종적으로 將作少監을 역임하였다. 篆書에 뛰어났는데, 청나라의 王澍(1668~1743)는 이양빙의 필적에 대해, 위로는 공자의 필적을 따르고 아래로는 李斯의 필법을 계승하자 篆學이 다시 일어났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본서의 마지막에 수록된 발문에서 장대용은, “이양빙의 전서는 秦 재상 李斯를 따랐지만 필력은 李斯를 넘어섰으니 舒元輿 등이 논한 것이 상세하다. 이 刻은 蕪湖 王氏에 간직되어 있다. 풍골이 雅健하며 古意가 뛰어난데 근래의 諸刻은 이것은 잃었으니 어찌 寶應 연간(당 762~763) 당시에 쓴 글이겠는가? 세월이 오래되어 판이 거의 터지고 갈라졌기에 내가 틈을 내 吳郡 章簡甫에게 오래가도록 부탁했다. 돌판은 향교에 세워 好古하는 군자가 함께한다.”고 하였다.

한편 표제인 ‘李陽氷謙卦碑’ 하단에 ‘彛室藏’이라고 添書된 것이 주목된다. 여기서 彛室은 權敦仁(1783~1859)의 호인 彛齋로 추정된다. 권돈인은 서화에 능했고, 金正喜와 함께 서화를 연구하였으며, 예서체 비문에서는 당시까지 전혀 없던 神合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된다. 본서 1면에 찍혀 있는 ‘葉志詵印’과 ‘東卿持贈’은 김정희와 교류하던 청나라의 서화가 섭지선(1779~1863)을 지칭하는데, 이로 보아 권돈인과 섭지선의 교류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이양빙의 전서는 조선 후기에 유행해, 元夢鼎(1711~1792)의 묘비 篆額에 이양빙 전자를 집자하기도 하였고, 李麟祥(1710~1760)은 이양빙 서풍의 소전에 뛰어났던 것으로 전한다. 李漢鎭(1732~?) 역시 이양빙의 소전을 따랐다. 본서는 이양빙의 서풍이 유행하던 시기의 산물이자, 조선 후기 조선 문인과 청나라 문인의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