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9년(숙종15)부터 1694년까지 전개되었던 남인과 서인의 정치적 대립 및 이 과정에서 발생한 중전 민씨의 폐비(廢妃)와 복위 과정 등의 사건을 관련기록 중심으로 정리한 책.

불분권 2책. 필사본. 서문이나 발문 등이 없기 때문에 저자 및 구체적인 편집 경위 등을 알 수가 없다. 1권인 건권(乾卷)의 첫면에는 "記事"라는 표제로 시작하며, "己巳錄"이라는 편명이, 2귄인 곤권(坤卷) 중간에는 "甲戌錄"이라는 편명이 있다.

1689년 숙종은 전해인 1688년에 희빈(禧嬪) 장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를 원자로 책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를 반대한 송시열(宋時烈)을 비롯한 서인세력들을 몰아내고, 남인들을 불러들이는 기사환국(己巳換局)을 단행하였다. 아울러 중전인 민비를 폐출하고, 희빈 장씨를 중전의 지위로 승격시키는 파격적인 대우를 단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남인 정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해 그로부터 5년 뒤인 1694년 몰락하게 되며, 그 대신 남구만(南九萬), 박세채(朴世采) 등 서인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민비를 복위시키는 갑술환국(甲戌換局)을 단행하게 되는데, 이 책은 이러한 시대 상황에 대해 국왕의 전교나 비망기를 비롯해 신료들의 계(啓)나 상소 등을 선별하여 수록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제1권인 건권은 1689년 정월 국왕이 대신과 비국당상을 인견하는 자리에서 원자의 명호를 정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명호가 정해진 후 송시열이 송(宋) 철종(哲宗) 고사를 인용하면서 일에 대한 부당성을 논한 상소를 제출하자 이를 봉입하지 말라는 국왕의 전교, 이를 옹호한 상소를 제출한 윤덕준(尹德駿) 등을 극변원찬(極邊遠竄)하라는 전교 등, 1689년 후일의 경종이 원자로 정해지는 과정과 이에 대한 서인계 신료들의 반발을 비롯해 환국(換局)에 따라 서인계 인사가 파직되고 남인계 인사인 목래선(睦來善), 김덕원(金德遠)이 다시 등용되는 과정, 김석주(金錫冑), 김만기(金萬基) 등이 1680년에 받았던 보사공신(保社功臣)을 삭제하는 삭훈반교문(削勳頒敎文), 같은 해 5월에 있었던 민비폐출(閔妃廢黜) 사건 등에 대한 관련 기록을 수록하였다. 제2권인 곤권에는 1689년에 소두(疏頭) 오두인(吳斗寅)을 대표로 하여 박태보(朴泰輔) 등이 제출한 폐비(廢妃)를 반대하면서 제출한 상소를 비롯해 같은 해 4월 24일 중전 민비의 생일에 관리들이 올리는 공상단자(供上單子)를 물리치라는 전교 등이 수록되었다. 이 부분까지는 1689년에 있었던 일을 정리하였고, 중간에는『갑술록』이란 편명(篇名)으로 시작되는 부분부터는 1694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였다. 내용은 남구만(南九萬)을 영의정에 제수한 전교, 병조판서 목창명(睦昌明)에 대신해 서문중(徐文重)을 제수하는 전교 등 서인계 인사들이 다시 등용되는 과정과 김수흥(金壽興)과 조사석(趙師錫) 등의 복관(復官) 전교, 윤증(尹拯) 등의 방면을 비롯해 고변인 함이완(咸以完)의 치죄과정 등과 희빈 장씨를 중전의 자리에서 폐위하고 별궁(別宮)에 옮기도록 하고 이를 수직(守直)하라는 비망기와 장씨의 어머니 옥산부원군부인(玉山府院君夫人)의 작호를 환수하라는 전교 등이 수록되었고, 아울러 희빈장씨 및 장희재와 남인의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싼 노론과 소론의 정치적 대립 등에 대한 기록 등이 아울러 실려 있다. 이밖에도 유학(幼學) 신상동(辛相東)이 이이(李珥)와 성혼(成渾)을 문묘에 복향(復向)하는 문제와 송시열에 대한 별도의 위로를 위한 치제(致祭)거행, 오두인과 박태보에 대한 정려(旌閭)의 시행 등을 거론한 상소 등이 수록되었다.

이 책은 전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느 자료에 근거했는 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전교나 비망기 등 국왕의 관련기록들이 다수 보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써 추정해본다면 아마도 후일에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를 중심으로 관련기록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은 숙종대 남인과 서인의 정권 교체 및 남인의 몰락 과정을 비롯해 후일 경종의 출생으로 인한 정치적 파란을 중심으로 이 시기에 전개된 당쟁사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이다.

장서각도서에 있다.

『장서각도서한국판총목록』(장서각 편,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