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장황은 무늬가 없는 노란색 종이에 ‘西庫藏書錄’을 필사하였다. 규장각 소장본 『西庫藏書錄』(奎7717)을 복사한 것으로, 제2면에 ‘藏書閣印’이 날인되어 있다. 권수제는 ‘西庫’이며, ‘朝鮮總督府圖書之印’만 복사되어 있어 ‘서울大學校圖書’ 인장이 날인되기 전에 복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판형은 四周雙邊, 有界, 10行字數不定, 上下向黑魚尾이다. 書口에 ‘문화재관리국·장서각’ 인장이 날인되어 있다. 판하구에 ‘宮內府’가 인쇄되어 있다.

 西庫는 ‘西序’라고 불리기도 한 규장각의 부속 건물 중 하나로, 조선본을 수장하고 있던 서고이다. 정조 즉위 이후 설립된 공간이며, 초기 설립 위치는 閱古觀의 북쪽, 宙合樓의 서북 방향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792년(정조 16) 守直廳 자리를 개건하여 西庫를 이건하였는데, 고종 대 이후 경복궁이 중건되어 규장각이 이건된 뒤로 서고의 위치는 정확하지 않다. 西庫에 소장된 서적은 『西序書目』, 『西庫藏書錄』, 『西庫書目』 등 6종 이상의 다양한 서목으로 정조 연간부터 융희 연간까지 지속적으로 작성되었다.

 『西庫藏書錄』은 經史子集순으로 분류하지 않고, 『奎章總目』과 유사하게 經書類(69종), 史記類(54종), 儒家類(75종), 禮書類(10종), 典章類(40종), 諸子類(6종), 文章類(18종), 詩家類(17종), 字書類(11종), 天文類(62종), 地誌類(18종), 類聚類(6종), 醫書類(22종), 兵家類(28종), 堪輿類(11종), 道釋類(5종), 方技類(4종), 中國文集(19종), 勝國文集(11종), 國朝文集(342종), 雜類(15종), 族譜類(2종), 謄書類(158종), 書畫帖本類(24종), 江都移來件(39종), 內下舊件(138종), 奉謨堂移來件(39종), 御製類(西庫別奉)(43종), 冊文敎命類(13종), 當宁御製類(15종), 綸音(23종)의 순으로 2만여 권의 책을 수록하고 있다. 西庫書目 중에서 비교적 초기에 작성된 것으로 판단되며, 수록된 책들의 하한 연대를 기준으로 작성 시기를 추정해보면 1790년(정조 14) 무렵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도서명과 건수, 책수, 인행된 시기, 저자명 등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다.

 분류법이나 작성 방식, 수록된 서적의 종류, 수량 등이 西庫의 여러 서목과 다른 점이 있어 18세기 말 西庫의 소장 서적을 알 수 있는 유용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