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장황은 문양이 없는 푸른 비단에 흰색 비단 표지제첨이 있으나 서명은 필사되지 않았다. 병풍식으로 절첩한 책의 표지와 書背를 하나의 종이로 덮어 싸고 글자가 적히지 않은 뒷면을 풀로 붙여 제본한 선풍장 형태이다. 본문은 음각으로 총 29면, 10行18字이다.

 正祖는 조선 제22대 국왕으로 이름은 ‘祘’, 자는 ‘亨運’, 호는 ‘弘齋’이다. 영조의 손자이자 장헌세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壬午禍變으로 큰아버지인 孝章世子의 아들 자격으로서 왕위를 계승할 수 있었다. 1775년 대리청정을 하다가 이듬해 영조의 뒤를 이어 조선의 국왕이 되었다. 즉위 후 奎章閣을 설치하고 문풍을 진흥시켰으며, 조선의 문물제도를 정비하여 다양한 책을 출판하였다. 또한 왕권을 강화하고 당쟁을 불식시키고자 영조의 탕평책을 계승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아버지 장헌세자의 복권을 위해 수원 花山으로 遷圓하고, 평소 품고 있던 개혁적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공간으로 華城을 건설하였다. 1800년 6월 49세로 서거하자 현륭원 동쪽 언덕에 묻혔다가 1821년(순조 21) 효의왕후 국장으로 합장이 이루어지면서 현륭원 서쪽 언덕으로 천릉되었다. 능호는 ‘健陵’이며, 1900년(광무 4) ‘宣皇帝’로 추존되었다.

 『正宗大王健陵誌』는 건릉에 정조를 모실 때 매안한 陵誌石을 탁본한 것이다. 본 능지는 먼저 현륭원을 수원에 마련한 일을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정조 스스로 君師를 표방하였음을 밝혔다. 이에 정조를 정자와 주자를 잇는 유학의 성인으로 추앙하였다. 그리고 정조와 효의왕후의 혈통을 밝힘과 동시에 효장세자의 계통으로 국왕에 오른 일 등을 밝히고 일생을 정리하여 찬미하고 있다. 말미에 ‘崇禎紀元後 三庚申 十一月 日 嘉善大夫 吏曹參判兼 同知經筵 義禁府事 五衛都摠府副摠管 臣 尹行恁 謹撰幷書’라 하여 글을 지은 시점과 글을 짓고 쓴 사람을 밝혔다.

 尹行恁(1762~1801)의 본관은 남원으로, 1782년(정조 6)에 별시 문과 병과로 급제하였으며, 초계문신으로 선발되어 규장각 대교에 임명되었다. 時派로 정조의 총애를 받았다. 정조 사후 貞純王后가 시파를 제거하기 위해 일으킨 신유박해로 유배되었으나, 곧 풀려났으며 예조판서를 역임하였다. 전라도관찰사로 재직할 때 홍문관으로부터 서학을 신봉했다는 탄핵을 받아 신지도에 유배되었다가 곧 사사되었다. 헌종 초에 신원되었고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전통사회에서는 무덤을 조성하면 墓誌銘을 마련하여 땅에 묻어서 비석이 없어도 피장자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왕실에서 陵園墓를 조성할 때도 역시 陵誌를 마련하였는데 돌을 판형으로 다듬어 면에 새기는 경우도 있고, 백자로 구워 매안하는 예도 있었다. 정조의 경우 돌을 다듬어 만들었으므로 탁본이 남아 있는 것이다. 健陵은 효의왕후의 국장이 발생하여 합장이 이루어지면서 현재의 위치로 천릉되었는데, 이때 새로운 誌文을 마련하여 이전 것과 함께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