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장황은 문양이 없는 붉은색 비단에 무늬 없는 흰색 비단 제첨이 있다. 흰 비단 제첨 주위에 청록색 비단이 둘러져 있다. 표제는 필사하지 않았다. 제1면과 제2면은 인장의 크기대로 인문이 한자와 한문으로 필사되어 있으며, 제3면은 ‘顯穆綏妃之印’ 인장이 날인되어 있다. 병풍식으로 절첩한 책의 표지와 書背를 하나의 종이로 덮어 싸고 글자가 적히지 않은 뒷면을 풀로 붙여 제본한 선풍장 형태이다.

 총 1책이다. 표지는 붉은색 천으로 장황을 꾸몄다. 전면의 제목은 비워져 있다. 안에는 새길 글씨를 印面을 그리고 써놓았다. 한자와 한글로 작성된 것이 각각 1건씩 있는데, 각기 다른 종이에 그려서 배접한 후 다시 첩에 붙였다. 한자는 ‘顯穆綏嬪之印’, 한글은 ‘현목유빈지인’이라 쓰여 있으며 인면의 위아래를 구분하기 위해 그림 위쪽에 ‘上’으로 표시하였다. 다음 장에 印本이 있는데, 앞서 그려진 것과 다른 형태로 인면이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인본의 인주가 첩면에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백지를 덧대어놓았다.

 綏嬪 朴氏는 조선 제22대 국왕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의 생모이다. 좌찬성 朴準源(1739~1807)의 딸로 1787년(정조 11)에 정조의 빈이 되어 ‘綏嬪’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순조와 淑善翁主를 낳아 정조의 총애를 받았다. 1822년(순조 22) 12월에 창덕궁 보경당에서 졸하였다. 이에 순조는 園號를 ‘徽慶’으로, 諡號를 ‘顯穆’으로 정하였다. ‘顯’은 행실이 중외에 드러남을 의미하고, ‘穆’은 덕을 베풀고 의로움을 간직한다는 뜻이다.

 搨印된 인면이 篆書體로 ‘顯穆綏嬪之印’이라 구성된 것으로 미루어 유빈 박씨가 돌아간 뒤 1823년(순조 23)에 시호가 올려진 이후 만들어진 銀印으로 짐작할 수 있다.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따르면, 1824년(순조 24) 12월에 유빈 박씨의 사당을 景祐宮이라 이름하고 龍虎營이 있던 자리에 세울 때 龕室·神榻·冊欌·印欌·床卓 등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로 미루어 이 인장 역시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제3면의 ‘顯穆綏妃之印’은 1901년(광무 5)에 유빈 박씨를 ‘綏妃’로 尊封하고 경우궁에 도장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어 이 첩이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에서는 영조 이후 역대 국왕이나 추존된 국왕의 생모의 신위를 별도의 사당을 세워 모셨다. 신주를 모시면서 諡號도 함께 올려졌는데 이때 竹冊과 銀印이 제작되었다. 『顯穆綏妃之印帖』 역시 유빈 박씨가 돌아간 후 시호가 올려진 후 別廟를 세워 신주를 봉안한 1823년에서 1824년 사이에 만들어진 銀印을 탑인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전하는 실물이 없으므로 중요한 자료로 기능한다. 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과 서울대학교 규장각,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顯思宮別廟營建都監儀軌』가 남아 있어 경우궁이 만들어진 전말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