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장황은 황색 종이에 斜格卍字 문양이 있으며, 종이로 된 제첨 위에 사주쌍변의 광곽을 그리고 ‘[滿洲歷代地/理附圖第十]許亢宗使金國行程圖’를 필사하였다. 가로 4절, 세로 3절로 된 접포식 장정이다. 사주쌍변의 광곽에 컬러 인쇄된 지도이며, 사주쌍변에 위도와 경도를 검은색 선으로 표시하고 있다. ‘許亢宗使金國行程圖’라는 지도명과 ‘朱字ハ古名ナリ’라는 주기가 인쇄되어 있다. 광곽의 바깥쪽 하단부에 ‘木崎盛政 製圖’라는 제도자에 대한 기록과 ‘縮尺＝三百萬分之一’이라는 축척이 우측에서 좌측의 순서로 인쇄되어 있다. 지도 우측 상단에 ‘李王家圖書之章’과 ‘洋裝圖書分類’라는 인장이 날인되었다.

 19세기 말부터 일본은 만주를 침략하기 위해 만주 지역이 본래 중원 왕조에서 독립된 지역이었음을 주장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각종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후 만주의 역사와 지리를 독립적으로 다룬 일련의 결과물들을 내놓았는데, 그중 『滿洲歷史地理』와 함께 편찬된 附圖도 중요한 결과물이었다(『滿洲歷史地理』에 대한 내용은 K2-4604 『渤海時代滿洲圖』 참조).

 장서각 소장의 『許亢宗使金國行程圖』는 1폭 1책으로 되어 있으며, 황색 책 표지 좌측에 ‘滿洲歷代地理附圖第十 許亢宗使金國行程圖’라고 지도명이 있다. 지도 안쪽 좌측 상단 사각형에 ‘許亢宗使金國行程圖’ 지도명을 적고 그 아래 괄호 안에 작은 글씨로 ‘西曆一一二五年’이라는 지도의 시간적 배경이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붉은 글씨는 옛 지명이다’라는 주기가 있다.

 지도의 도곽은 이중으로 되어 있는데, 외도곽과 내도곽 사이에 경도와 위도를 1도 간격으로 기재하였다. 지도의 범위는 북위 37도에서 48도, 동경 112도에서 133도 사이이다. 이는 북쪽으로 현재의 흑룡강성 嫩江 유역부터 남쪽으로 한반도의 개성과 주문진을 연결하는 선까지이고, 동쪽으로 중국과 러시아 국경의 興開湖부터 서쪽으로 중국 河北省의 保定 부근까지 해당하는 지역이다. 지도 하단의 중앙에 ‘縮尺＝三百萬分之一’이라는 문자식 축척과 왼쪽에 중국척(淸里), 오른쪽에 미터법(吉米＝km)으로 도표식 축척을 병기하고 있다.

 지형은 옅은 갈색으로 농담을 조절하여 고도를 표현하였다. 바다와 호수는 녹색으로 채색하였고, 하천은 푸른색 실선으로 표현하였다. 해안선의 변화가 있는 지역은 점선으로 현재의 해안선을 따로 표현하였다.

 본 지도는 許亢宗이 금에 사신으로 다녀와서 송 휘종에게 올린 『宣和乙巳奉使行程錄』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송 선화 5년(1123)에 금 태조 阿骨打가 병으로 죽고 그해 9월에 태종이 즉위하게 되었다. 송은 선화 7년에 허항종 등을 금 황제의 즉위를 축하하는 사신으로 보냈다. 이에 허항종이 사신으로 금에 다녀온 후 휘종에게 行程錄을 바친 것이다.

 허항종의 기록에 따르면, 송의 사신단은 1125년 3월 10일에 개봉을 떠나 11월 11일에 귀환하였다. 행정록은 雄州에서부터 금의 수도인 上京會寧府까지의 여정을 39程으로 나누어 숙박지의 명칭과 숙박지 간의 거리를 기록하였는데, 본 지도는 각 숙박지의 위치를 비정하고 교통로를 추정하고 있다.

 지도에 비정한 주요 경유지를 살펴보면, 송의 국경선 내에서 雄州－涿州－燕山府－三河縣－薊州－韓城鎭으로 이어지다가 금의 영토인 요동으로 진입하여 灤州－營州－遷州－習州－紅花務－錦州까지 요동만을 따라 연결된다. 금주부터 내륙으로 방향을 잡아 劉家莊－顯州－審州로 이어지며 이곳부터 북상하여 銀州－肅州－信州－黃龍府－達河寨 등을 거쳐 上京에 도착하는 노선이다.

 지도에 송 사신단의 노정과 함께 금, 송 그리고 고려의 국명이 국경선과 함께 표시되어 있다. 당시 고려와 금의 국경선은 지명 없이 붉은색 ++++++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도 제작 무렵인 20세기 초반의 지명으로 조선, 만주, 몽골과 중국의 直隸省, 그리고 북경에서 阿城까지 가는 도로 주변의 도시 이름, 주요 하천과 바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본 지도는 1940년 출간된 『만주역사지리』 재판 제2권 172쪽에도 들어 있는데, 중국 동북 지방의 교통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본 지도를 통해 1900년대 일본의 역사지도 제작 수준을 알 수 있으며, 일본이 대륙 침략을 위해 사전에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였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단순한 철도회사가 아니라 만주 일대에 대한 조사·연구를 담당하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개발까지 주도한 기관이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