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가 ‘宣祖大王駐蹕紀蹟碑’이다. 不分卷 1帖으로 구성된 折帖本으로 裝幀은 折帖裝으로 書背를 종이로 고정시킨 형태이다. 표지는 황색 종이에 斜格卍字 문양이 있고 書背는 붉은 종이로 둘러쌌으며, 서명은 비단으로 만든 제첨 위에 필사하였다. 15折로 구성되어 있고, 종이는 두꺼운 楮紙를 사용하였다. 본문은 板式이 없는 拓印本으로, 비의 前面은 1行 3字, 陰記는 7行 16字로 이루어져 있다. 본서 첫머리에 ‘碑閣’, ‘芙蓉堂’의 채색 그림이 4면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선조(1552~1608)가 1592년(선조 25) 義州로 피난 갔다가 이듬해 4월 서울이 수복되어 還都하였다. 그때 조정 대신들과 해주에 머물렀는데, 이 책은 그때의 사적을 기록한 비명을 탁본하여 엮은 책이다. 이 비는 1863년에 세워졌는데, 비문은 金炳學(1821~1879)이 짓고, 申錫愚(1805~1865)가 글씨를 썼다.

비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1593년(선조 26) 8월부터 10월까지 선조가 해주 藩司에 머물렀는데, 그때의 堂宇와 太廟를 봉안했던 방이 그대로 남아 있음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단지 邑志에만 실려 있으므로, 碑와 閣을 설치하여 이를 기념해야 한다는 비문을 짓게 된 경위를 기재하고 있다. 이어서 선조가 해주에 머문 경위와 선조가 환도한 뒤에도 王妃와 王子, 妃嬪들은 1595년(선조 28)까지 있었음을 기재했다. 번사로는 부용당이 있었는데, 이는 肅宗(1661~1720)이 御筆로 편액을 지었고, 실제 행차했을 때 침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그 남쪽의 禹命長의 집에 元宗(1580~1619, 인조의 아버지)이 머물렀고, 仁祖(1595~1649)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니, 이곳은 漢·明·元나라가 세워진 고을과도 같다고 했다. 그리고 왕께서 명하여 州官의 資級을 높여주고, 田稅를 견감하고 군역을 감축해주었으며, 호위에 수고하고 군공이 있는 사람 및 고을 배성 중 효자와 順孫들 중에 역을 면해주거나 상을 주는 데 차등이 있었고, 술과 음식을 주기도 했는데, 이는 읍지에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것이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마지막 부분에는 哲宗(1831~1863)이 先祖를 받들고 효성스러워서 國誣를 변별하고 祖烈을 드러내어 宣祖大王의 나라를 빛낸 옛일을 271년이 지난 시점에서 조술하고, 실추된 국전을 닦고 밝힌 이야기와 함께 그에 대한 명문을 기재하고 있다.

 조선 후기 철종이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駐蹕에 대한 사실이 읍지에만 기재된 채 이에 대한 비문이나 비각이 세워져 있지 않자, 비를 세우게 된 과정에 대해 기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조선 후기에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추숭 활동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