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장황은 황갈색 종이에 斜格卍字 문양이 있다. 우측 상단에는 ‘壬午’라는 간지가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禮曺上’이라는 기록이 있다. 제1면의 하단에는 ‘嘉順宮喪禮錄單’이라고 墨書한 꼬리제첨이 붙어 있다. 본문은 四周單邊 上下內向二葉花紋魚尾의 木板 印札空冊紙에 12行 字數不定으로 기록하였다. 본문에 날인된 도장은 ‘禮曹之印’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 綏妃 朴氏(1770~1822)가 1822년(순조 22) 12월 26일 卒逝한 직후부터 1825년 2월 5일 별묘인 景祐宮에 入廟하기까지 진행된 상장례의 과정과 절차를 기록한 등록이다. ‘가순궁’은 유빈 박씨의 宮號이다. 가순궁 유빈 박씨의 본관은 반남으로, 아버지 朴準源과 어머니 원주원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1787년(정조 11) 후궁으로 간택되면서 ‘유빈’에 봉해졌고, 1790년(정조 14)에 후일의 순조를 출산하였으며, 아래로 숙선옹주를 두었다.

1822년 12월 26일 창덕궁 보경당에서 유빈 박씨가 졸서하자 생모의 죽음에 대해 애통한 감정을 전하는 국왕의 전교로부터 시작한다. 빈궁과 혼궁은 혜경궁의 상례를 前例로 해서 정하였는데, 殯宮은 창경궁 환경전으로 혼궁은 都摠府에 설치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조정 내에서 논란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혜경궁과 가순궁이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혜경궁은 세자빈인 반면 가순궁은 비록 국왕의 사친이지만 후궁 신분이기에 빈궁과 혼궁을 궐내에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순조의 강력한 의지로 그대로 진행되면서 반대 상소를 올렸던 嚴燾와 權敦仁 등은 유배에 처해졌다. 단, 복제는 신하들의 주장대로 緦麻三月服으로 결정되었다. 같은 해 12월 29일 유빈 박씨의 시호가 ‘顯穆’, 園號는 ‘徽慶’으로 결정되었다. 1823년(순 조 23) 1월 19일 원소도감 도제조 등이 간심한 결과 휘경원의 조성 장소로 양주 拜峯山이 결정되었다. 1824년(순조 24) 12월 1일 祥祭 후 신주를 이봉할 별묘를 경우궁으로 명명하고 각종 鋪陳이나 帷帳 등을 종묘와 경모궁의 예에 준하도록 하였다. 1825년 2월 4일 경우궁에 거둥하여 입묘예를 거행하고 다음 날인 5일에 입묘도감 도제조 이하 시상을 하는 것으로 기록을 맺고 있다.

장서각 유일본으로 조선 후기 承重한 국왕의 私親에 대한 상장례 과정에 대한 이해에 유용한 자료이며, 동시에 宮園制 운영에도 참고가 된다. 특히 상장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국왕과 신료들의 이견 및 갈등에 대한 자료를 당대 정치 상황과 결부시켜 이해한다면 이 시기 정치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유빈 박씨의 상장례와 관련해서는 본서 이외에도 다수가 전하고 있어 참고가 된다. 장서각 소장의 『顯穆綏嬪喪葬謄錄』(K2-3032)과 『顯穆綏嬪入廟都監儀軌』(K2-2214, K2-2215) 등과 규장각 소장의 『顯穆綏嬪葬禮都監儀軌』(奎13927), 『顯穆綏嬪殯宮魂宮都監儀軌』(奎13931), 『徽慶園園所都監儀軌』(奎13935) 등이 있고, 遷葬과 관련되어서는 『徽慶園遷奉園所都監儀軌』(奎13959)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밖에도 외규장각 도서로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현목유빈장례도감의궤』와 『현목유빈빈궁혼궁도감의궤』 등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