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서명은 ‘享需件記’이며, 표지 우측 상단에는 ‘景祐宮 丁卯’라 기재되어 있다. 경우궁이 설립된 이후의 정묘년은 1867년과 1927년 두 시기가 가장 근접하다. 그런데 1927년은 일제강점기로서 경우궁의 제사가 독자적으로 거행되지 못하고 칠궁에 합사되어 거행된 것을 감안한다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제수 품목들은 1867년도에 제작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본문은 모두 한글 궁체로 기재되었으며, 표제를 제외하곤 이 발기가 경우궁 관련 제수 물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본문은 서문, 발문, 목차 등이 없이 절기별 제사에 사용하던 음식과 수량을 표시하였다. 표지의 경우궁 표식이 없으면 이 발기가 어느 곳에서 사용하던 것인지 판별할 수 없다.

발기에 기록된 절기별 제물을 보면, 正初에는 약과 일기, 홍빙사과·백빙사과·임자강정·태말강정 일기, 매엽과 일기 등 35기, 上元에는 27기, 寒食에는 27기, 三日 茶禮에는 25기, 5월 端午에는 28기이다. 誕日에는 40기이다. 이외에 6월 流頭, 7월 七夕과 伯仲, 8월 秋夕, 9월 9일, 冬至, 臘享 등의 제사 품목이 기재되어 있어서 1년의 절기 동안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기의 종별 구성과 수량의 변화는 왕실 경제와 문화상의 변화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향수발기도 경우궁에 국한된 제사 음식의 나열이지만, 다른 궁묘들의 향수발기 및 진설도 등과 비교하면 각 궁묘들의 지위와 왕실 전체 제사 비용 등을 추출해 낼 수 있다. 또한 고종 대 이후 변화되던 왕실 궁·능·묘의 제향 음식 문화의 일면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