表紙書名과 卷首題가 ‘垂簾聽政의 制’이다. 제1면 우측 상단에 ‘藏書閣印’이 날인되어 있다. 版下口에 ‘李王職’을 인쇄한 朱色 印札空冊紙에 펜으로 필사하였으며 이를 접어 五針眼으로 線裝하였다. 본문에는 口訣과 返點을 붉은색 펜으로 기입하였다. 겉표지는 개장한 것으로 뒤표지의 이면에 ‘西紀一九七三年五月 藏書閣 再裝’이라는 기록이 있다.

내용은 수렴청정 의 개념과 간략한 역사, 垂簾聽政節目, 儀註, 수렴청정의 연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렴청정은 君主가 어려서 國政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을 때에 母后가 함께 앉아 政事를 처리하는 것이라는 뜻풀이와 더불어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련 역사가 수록되어 있다. 중국 秦나라 昭王의 어머니 宣太后의 섭정을 시작으로 漢나라의 呂太后, 宋나라의 劉太后 등의 聽政 사례가 있는데, 한나라 이후 모후의 탐욕으로 고의로 어린 군주를 즉위시켜 국가의 멸망을 가져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렴청정은 신라 진흥왕 대에 태후 박씨의 섭정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고구려 태조왕 대부터 ‘垂簾’이라는 기록이 나타나며, 고려시대에는 皇甫太后의 섭정이 있었지만 그 儀式은 확인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성종 대의 貞熹王后 尹氏, 명종 대의 文定王后 尹氏의 聽政이 있었으나, 순조 대 貞純王后 金氏의 수렴청정에 이르러 절목이 제정되고 제도가 완비되었다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모후의 명으로 시행되지만, 조선에서는 신하의 奏請으로 거행된다는 비교도 하였다.

10여 개 항목의 절목도 소개하였는데, 이것은 1800년(순조 1) 정순왕후가 昌德宮 熙政堂에서 수렴청정을 시작할 때에 예조에서 올린 수렴청정 절목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관련 의주로 ‘垂簾同聽日殿下帥百官陳賀儀’와 ‘垂簾同聽政頒敎儀’가 수록되어 있다. 백관진하의를 慶熙宮 興政堂에서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1834년(헌종 즉위) 11월 純元王后 金氏가 흥정당에서 수렴청정을 행하면서 朝賀를 받고 교서를 반포할 때의 의주로 추정된다.

끝으로 신라에서 조선 고종 대까지 그 사례를 수집 참고하여 수렴청정의 연혁을 서술하였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동국통감』, 『문헌비고』, 『조선왕조실록』 등을 출전으로 표기하였고, 신라 진흥왕과 혜공왕 때의 사례를 비롯하여 고구려 태조왕, 고려 헌애왕 대의 일 등을 소개하였다. 조선에서는 예종·성종·명종·순조·헌종·철종·고종 대의 수렴청정 사례를 정리하였다.

수렴청정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고, 일제강점기의 역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