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 24대 국왕 헌종(憲宗, 1827~1849)과 원비(元妃) 효현왕후(孝顯王后, 1828~1843), 계비(繼妃) 효정왕후(孝定王后, 1831~1904)의 경릉(景陵)에 세운 능표석을 탁본하여 족자로 장황한 금석문이다. 표석이 세워진 시점은 헌종의 계비 효정왕후가 승하한 1904년(광무 8)으로, 이미 조성되었던 헌종과 효현왕후의 능에 효정왕후의 능을 합봉하면서 세웠다.

표석의 전면 탁본은 2종이 소장되어 있다. 내용은 ‘대한 헌종대왕경릉 효현왕후부좌 효정왕후부좌(大韓 憲宗大王景陵 孝顯王后祔左 孝定王后祔左)’의 글자를 4행에 걸쳐 소전체(小篆體)로 썼다. 음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종 체건계극 중정광대 지성광덕 홍운장화 경문위무 명인철효대왕(憲宗 體健繼極 中正光大 至聖光德 弘運章化 經文緯武 明仁哲孝大王)은 순조 27년(1827) 7월 18일에 탄생하였다. 순조 30년(1830) 9월 왕세손으로 책봉되었고, 순조 34년(1834) 11월에 국왕에 즉위하였다. 재위 15년만인 헌종 15년(1849) 6월 6일에 승하하였고, 그 해 10월 28일에 양주 건원릉 서쪽 언덕 유좌(酉坐)에 장사지내니 나이 23세였다. 원비 단성 수원 경혜 정순 효현왕후 김씨(端聖 粹元 敬惠 靖順 孝顯王后 金氏)는 순조 28년(1828) 3월 14일에 탄생하였고, 헌종 3년(1837) 왕비로 책봉되었다. 헌종 9년(1843) 8월 25일에 돌아가시니 나이 16세였다. 왕후의 능은 헌종의 능과 영역을 같이 하고 봉분을 달리 하여 동원이봉(同原異封)의 형태이다. 계비 명헌 숙경 예인 정목 홍성 장순 정휘 장소 단희 수현 의헌 강수 유녕 효정왕후 홍씨(明憲 淑敬 睿仁 正穆 弘聖 章純 貞徽 莊昭 端禧 粹顯 懿獻 康綏 裕寧 孝定王后 洪氏)는 순조 31년(1831) 정월 22일에 탄생하였다. 헌종 10년(1844) 왕비로 책봉되었고 광무 8년(1904) 11월 15일 승하한 후 그 이듬해 정월 29일 경릉에 동원이봉으로 장사지냈다. 수는 73세를 누렸다.”

피전자 헌종은 추존된 익종(효명세자)과 풍원부원군 조만영의 딸인 신정왕후 조씨의 사이에서 태어났고, 이름은 환(奐), 자는 문응(文應), 호는 원헌(元軒)이다. 헌종은 즉위 초 순조비 순원왕후가 수렴청정을 했으나 순조 생전에 헌종 보도(輔導)의 책임을 맡긴 조인영도 정국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안동김씨와 풍양조씨 두 외척간의 경쟁관계가 계속되었다. 1839년(헌종 5) 프랑스 신부 및 천주교도들을 처형했고 9월에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시행했다. 헌종은 1841년부터 친정을 했으나 김좌근 중심의 안동김씨와 조만영 중심의 풍양조씨 사이의 세력다툼에서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왕권 강화를 위해 선왕들의 업적을 엮은 『갱장록(羹墻錄)』, 『삼조실록(三朝實錄)』,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등을 편찬하였다.

피전자 효현왕후 김씨는 영돈녕부사(領敦寧府事) 영흥부원군(永興府院君) 증영의정(贈領議政) 김조근(金祖根)의 딸로, 1828년(순조 28) 3월 14일 탄생하였다. 1837년(헌종 3) 왕비로 책봉되었다. 1843년(헌종 9) 8월 25일 승하하였는데 당시 16세였다. 시호는 효현(孝顯)이다. 인자하고 은혜로우며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을 ‘효’라 하고 착한 행실이 안팎에 나타나는 것을 ‘현’이라 한다는 시법을 따랐다. 그녀의 능은 헌종의 능과 영역을 같이 하면서 봉분을 달리한 동원이봉(同原異封)의 형태이다.

경릉비의 조성은 왕후가 사망한 그 해 9월 1일에 사옹원에서 장례절차를 맡은 대신들이 회동한 후 9월 6일 정자각 대량을 위한 공사를 시작으로 진행되었다. 표석의 제작은 근 3개월 가까이 계속되어 11월 29일 비각 공사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현재 경릉 내에 있으며 경릉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산 2-1번지 동구릉의 하나로 사적 제 193호이다. 철종은 즉위 초에 현종대왕과 효현왕후의 태실에서 큰 제사를 올리면서 효현왕후의 존호를 ‘경혜(敬惠)’ ‘정순(靖順)’으로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더 올렸다. 대한제국시기까지 올린 존호와 휘호를 더하면 ‘단성수원경혜정순효현성왕후(端聖粹元敬惠靖順孝顯成王后)’이다.

피전자 효성왕후는 돈령부영사(敦寧府領事) 익풍부원군(益豊府院君) 홍재룡(洪在龍)의 딸로 1831년(순조31)에 태어났다. 헌종의 첫째 왕후였던 효현왕후가 사망한 지 1년만인 1844년(헌종 10)에 왕비에 책봉되어 가례(嘉禮)를 올렸다. 1849년 헌종이 23세의 나이로 병사하여 철종이 즉위하자 효정왕후는 대비(大妃)가 되어 명헌(明憲)·숙경(淑敬)의 존호를 받았다. 1857년(철종 8) 순원왕후(純元王后)가 죽자 왕대비(王大妃)가 되었고, 예인(睿仁)·정목(正穆)·홍성(弘聖)·장순(章純)·정휘(貞徽) 등의 존호가 더해졌다. 1904년 덕수궁 수인당에서 소생 없이 73세로 사망하였다.

이 탁본 외에도 장서각에는 경릉(景陵) 관련 금석문으로 《헌종경릉지문(憲宗景陵誌文)》(1849년, 헌종 15), 《헌종대왕경릉합봉비(憲宗大王景陵合封碑)》(1904년, 광무 8), 《효정왕후경릉지문(孝定王后景陵誌文)》(1904년, 광무 8), 《경릉지석함첩(景陵誌石函帖)》(1904년, 광무 8), 《헌종성황제경릉추숭비(憲宗成皇帝景陵追崇碑)》(1908년, 융희 2) 등이 소장되어 있다.

헌종과 효현왕후, 효정왕후의 생애를 금석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한제국기 황실 금석문의 제작과 탁본, 장황방식까지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또한 장서각에 소장된 경릉 관련 금석문 일괄을 통해 헌종과 그 빈들에 대한 왕실 추숭사업의 일련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