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2대 황제 순종(純宗)의 비(妃) 순명효황후의 표석을 유강원에 세우고 이를 탁본하여 족자로 장황한 금석문이다. 표석은 황후의 사망 후인 1904년(고종 41)에 세워졌다.

탁본은 전면만 소장되어 있고 음기는 없다. 전면에는 ‘대한/순명비유강원(大韓/純明妃裕康園)’의 8자가 2행으로 새겨져 있다. 서체는 대한제국기 비액에 보이는 전형적인 소전(小篆) 스타일이다. 유강원 표석의 제작은 순명효황후가 1904년 9월 28일 경운궁 강태실에서 33세의 나이로 사망한 이튿날 궁내부에 장례도감회동을 가지면서 묘역의 조성문제와 함께 논의되었다. 묘역은 의정부 회의를 거쳐 그 해 10월 14일 오늘날의 성동구 뚝섬인 양주(楊州) 용마산(龍馬山) 내동(內東)으로 정했다. 비각의 조성은 이듬해 정월 19일에 단청 작업을 끝으로 공사를 끝마쳤다.

묘역은 순종이 왕세자의 신분이었으므로 능(陵)으로 명명하지 못하고, ‘유강원’으로 정하였고, 능호(陵號)는 ‘의효(懿孝)’라고 하였다. 장서각에 소장된 『유강원지문(裕康園誌文)』에는 1904년(광무 8) 12월에 묘를 앉힌 방향에 대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순명효황후(1872~1904)는 민태호(閔台鎬, 1834~1884)의 딸이다. 1882년(고종 19) 순종의 비로 간택되어 궁에 들어온 후 고종과 명성황후를 효로 섬겼다고 전한다. 궁중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등의 환란을 연이어 겪으면서 심신이 약해졌다. 곧이어 1895년(고종 32) 을미사변 때에는 명성황후를 곤경으로부터 보호하다가 허리를 다친 이후 크고 작은 병을 앓다가 사망하였다.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함에 따라 황후로 추존되었으며, 이후 순종황제는 황후를 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하여 행록을 지어 『정언집(正軒集)』에 실었다.

순종이 직접 쓴 순명황후의 행장을 보면 세자빈으로 책봉된 지 얼마지 않아 임오군란이 발발하였고, 난병(亂兵)들의 습격으로 중궁(中宮)이 장호원(長湖院)으로 피난하였을 때 명성황후의 행처를 몰라 순명황후는 밤낮으로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고 적혀 있다. 음식을 대할 때에는 맨밥만을 들면서 고기반찬을 입에 대지 않았으며, 이후 명성황후가 대궐로 돌아오는 날까지 황후는 이불을 덮지 않고 옷을 입은 채로 쪽잠에 들곤 하였다고 전한다. 1895년(고종 32) 을미사변 때에는 역적들의 난동으로부터 중궁을 막아나서 보호하다가 발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통에 허리를 상한 것이 그대로 고질병이 되었다. 순종은 험난한 일을 당할 때마다 의연히 대처하다가 병을 얻게 된 순명황후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데 대해 아쉽고 슬픈 감정을 담아 행장을 작성하였다.

순명황후의 능은 1926년 순종의 승하와 더불어 현재의 위치인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141번지로 천장한 후 ‘유릉(裕陵)’이라 하였다. 유릉은 홍릉(洪陵) 왼쪽 산줄기에 있어 두 능을 합쳐 ‘홍유릉(洪裕陵)’으로 지칭한다. 현재 사적 제 207호로 지정되어 있다.

순명효황후의 능이 남양주로 천장되기 이전 능표석의 전면을 이 탁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