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 25대 국왕 철종(哲宗, 1831~1863)의 예릉(睿陵)에 세운 표석의 전면과 음기를 탁본하여 족자로 장황한 금석문이다. 장서각에는 전면과 음기 모두 2본씩 소장되어 있다. 전면은 ‘조선국/철종대왕예릉(朝鮮國/哲宗大王睿陵)’이 2줄에 걸쳐 대자(大字)로 쓰여 있다. 전형적인 소전(小篆)으로 다소 느슨한 감이 있는 전서이다. 음기의 내용은 맨 앞에 여러 존호가 보이며, 탄생과 덕완군(德完君)으로의 봉작, 즉위, 승하, 장사에 해당하는 일시를 간략히 기록하였다. 표석의 건립시기는 1864년(고종 1)이고, 위치는 고양시 원당읍 서삼릉에 있다. 『철종실록(부록)』에 「철종대왕비문」이 실려 있는데, 이 표석의 내용과 일치한다. 표석에는 이 비문의 찬자가 기재되지 않았지만 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영돈녕부사 김흥근(金興根)임을 알 수 있다.

철종의 이름은 변(昪)이며 초명은 원범(元範)이다. 자는 도승(道升), 호는 대용재(大勇齋)이다. 정조의 아우 은언군(恩彦君, 1755~1801)의 손자이며, 전계대원군(全溪大院君) 이광(李曠, 1785~1841)의 셋째아들이다. 1849년 6월 6일 헌종이 후사 없이 죽자 대왕대비 순원왕후(純元王后)의 명으로 정조의 손자이자 순조의 아들로 왕위를 계승하였다. 영조의 혈손으로는 헌종과 이원범 두 사람뿐이었다. 이 때 나이 19세였다. 학문과는 거리가 먼 농부로서, 1844년(헌종 10) 형 회평군(懷平君) 명(明)의 옥사로 가족과 함께 강화도에 유배되어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명을 받아 봉영의식(奉迎儀式)을 행한 뒤 6월 8일 덕완군(德完君)에 봉해졌다. 이어 이튿날인 6월 9일 창덕궁 희정당(熙政堂)에서 관례(冠禮)를 행한 뒤 인정문(仁政門)에서 즉위하였다. 나이가 어리고 농사짓다가 갑자기 왕이 되었으므로 처음에는 대왕대비가 수렴청정을 하였다. 1851년(철종 2) 9월에는 대왕대비의 근친 김문근(金汶根)의 딸을 왕비(明純王后)로 맞았다. 그 뒤 김문근이 영은부원군(永恩府院君)이 되어 왕비의 아버지로서 왕을 돕게 되니 순조 때부터 시작된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또다시 계속된 셈이었다.

철종은 1852년부터 친정하였다. 이듬 해 봄에는 관서지방의 기근대책으로 선혜청전(宣惠廳錢) 5만 냥과 사역원삼포세(詞譯院蔘包稅) 6만 냥을 진대(賑貸)하게 하였다. 또 그 해 여름에 한재가 심한데도 재곡이 없어 구활하지 못하는 실정을 안타깝게 여겨 재용(財用)의 절약과 탐묵(貪墨: 욕심이 많고 비리를 저지름)의 징벌을 엄명하였다. 1863년 12월 8일 재위 14년만에 3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혈육으로는 궁인 범씨(范氏) 소생의 영혜옹주(永惠翁主)가 있어 금릉위(錦陵尉) 박영효(朴泳孝)에게 출가했을 뿐 후사가 없었다. 시호는 희륜정극수덕순성문현무성헌인영효(熙倫正極粹德純聖文顯武成獻仁英孝)이다.

한편 철종의 장례와 국장에 대한 기록으로 장서각 소장 『철종대왕국장도감의궤』(2-3022)가 있다. 앞부분에 도청의궤가 빠져 결본이지만, 철종의 국장행렬을 보여주는 반차도가 있고, 국장에 사용되었던 각종 의물(儀物)이 상세하다. 철종의 국장과 관련한 기록은 규장각 소장의 『예릉산릉도감의궤』(13851)가 있다. 산릉 조성을 위해 설치한 여러 부속기관들의 실제적인 작업 진행상황이 상세하여 예릉 조성의 여러 의식 절치와 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장서각에는 예릉비 외에도 《예릉지(睿陵誌)》(1878년), 《철종장황제예릉추숭비(哲宗章皇帝睿陵追崇碑)》(1908년), 《철종예릉지(哲宗睿陵誌)》(1908년) 등이 소장되어 있어 예릉 관련 금석문 일괄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 국장에 따른 표석의 내용과 형식을 보여주며, 당시 왕실 장례문화의 일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