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思悼世子; 莊祖, 1735~1762)의 첫째아들이자 영조(英祖, 1694~1776)의 세손이기도 한 의소세손(懿昭世孫, 1750~1752)의 묘지석(墓誌石)을 탁본하고 족자(簇子)로 장황한 금석문이다. 지문(誌文)은 사자(死者)의 전기를 적은 산문 형식의 글로서, 판석(板石)인 지석(誌石)에 새겨 능에 매립하였으며, 매립한 이후에는 탁본이 불가능하므로 그 직전에 일반적으로 인출(印出)하였다. 따라서 지문을 탁본한 시기는 대부분 능을 조성한 시점과 일치한다. 《의소세손묘지문》의 탁본 시기 또한 피전자의 사망해인 1752년(영조 28)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의소세손은 영조의 둘째 아들인 사도세자(1899년에 장조(莊祖)로 추존)와 세자빈인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사후 헌경왕후(獻敬王后)로 추존) 사이에서 1750년(영조 26)에 태어났다. 제 22대 국왕 정조(正祖)의 친형이기도 하다. 출생 후 곧바로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세손에 책봉되었으나 1752년(영조 28) 3세의 어린 나이로 요절하였다. 이름은 정(琔)이다. 사망한 해인 1752년(영조 28) ‘의소(懿昭)’라는 시호를 받았는데, 덕성이 순숙(純淑)하다는 뜻의 ‘의(懿)’와 용의(容儀)가 아름답다는 ‘소(昭)’자로 시호를 삼은 것이다. 시호를 받던 날짜에 해당하는 『영조실록』 기사에 의소세손시책(懿昭世孫諡冊)의 내용이 실려 있는데, 시책문은 홍상한(洪象漢, 1701~1769)이 짓고 글씨는 박명원(朴明源, 1752~1769)이 쓴 것으로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의소세손묘지문》은 ‘어필 조선의소세손묘지(御筆 朝鮮懿昭世孫墓誌)’라고 쓴 전면과 지문(誌文)의 내용을 담은 음기를 따로 분리하여 장황하였다. 지문의 내용이 장문이라 음기 부분은 둘로 나누어 장황하였다. 탁본면의 사양(四鑲)에는 모두 민무늬 비단을 대었으며, 상단에 풍대(風帶)를 갖추었다. 전면은 보존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나, 음기는 천리(天裏)와 사양의 좌우 여러 곳에 얼룩이 있으며 천리의 비단은 색이 바랬다. 축은 옥축(玉軸)을 달았다. 서체는 전면과 음기 모두 해서(楷書)이며, 영조의 어제어필이다.

이 묘지석이 매립된 해는 의소세손이 사망한 해인 1752년(영조 28)이다. 묘소의 위치는 지문에 양주(楊州) 안현(鞍峴)의 남쪽 기슭으로 되어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역대 조선 왕실의 의례를 담당하던 이왕직(李王職)에서 기존의 분묘를 관리함에 따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소재한 서삼릉 경내로 이전되었다. 의소세손의 원호(園號)는 의녕원(懿寧園)이다.

『영조실록』에는 28년 5월 12일 의소세손의 장례를 행한 기사가 보인다. 여기에 지문의 내용이 실려 있는데, 실제 탁본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지문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도입부는 의소세손이 유년시절 이름이 ‘창흥(昌興)’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출생 시기, 외가의 가계, 세손 책봉 시기(1751) 등을 간략히 기술하였다. 책봉할 당시 이름을 정(琔)으로 고친 사실과 이듬해 3월 4일 사망했다는 기록이 실려 있다. 전반부가 피전자의 생애와 가계에 대한 간략한 기록이라면, 이후의 내용은 행록(行錄)에 해당하며, 세 살짜리 손자에 대한 영조의 애틋한 심정이 장황하게 기록되어 있다. 지문의 내용으로 미루어 의소세손의 행록을 먼저 지은 다음 지문을 지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재실(梓室)에 올리는 글씨와 묘표의 앞뒷면을 영조 자신이 손수 썼다고 기록하였는데, 이 묘표는 장서각에 소장된 《의소세손지묘(懿昭世孫之墓)》이다. 한편 묘지문의 내용 가운데 ‘지문을 혼유석 밑에 두었다’고 하였는데, 일제강점기 원래의 묘역에서 고양시 소재의 서삼릉 경내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문을 제 위치에 옮겨두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의소세손의 장례에 대한 자료로 규장각에 『의소세손빈궁혼궁양도감의궤(懿昭世孫殯宮魂宮兩都監儀軌)』(규 14838)가 전한다. 의소세손이 사망한 1752년 3월부터 5일까지 빈궁과 혼궁의 양 도감에서 장례절차 및 장례의식에 관련한 제반사항을 기록한 의궤이다. 장서각에도 의소세손의 장례절차에 대한 기록으로 『의소세손궁예장의궤(懿昭世孫宮禮葬儀軌)』(귀K2-2994)가 소장되어 있다. 첫머리에 의소세손이 1752년 3월 4일 창경궁 숭문당에서 사망했다는 기록으로부터 시작되며, 장례를 치르기 위해 도감이 설치된 이후 3월 4일부터 5월 12일까지의 장례절차와 세부사항이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의소세손 사망 후 묘소의 조성과정을 기록한 『의소세손묘소도감의궤(懿昭世孫墓所都監儀軌)』가 있는데, 파리국립도서관에서 반환하여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의소세손묘지문》의 내용은 『영조실록』에도 실려 있어 자료의 판독에 도움이 되며, 위에 열거한 각종 의궤와 더불어 의소세손의 장례절차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이다. 한편 영조의 어필 중에서도 특히 소해(小楷: 작은 해서 글씨)의 변모과정을 살필 수 있는 자료로서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