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 14대 국왕 선조(宣祖, 1552-1608)의 어필을 목판에 새겨 찍은 탁인본(印本帖)이다. 표지 제첨에 “선조어필(宣祖御筆) 탑본(搨本) 양가각생자(兩家各生子)”라 쓰여 있다.

기록에 따르면 선조의 어필은 1630년(인조 8) 6월 의창군 이광에 의해 목판 20폭이 간행되었고, 1662년(현종 3) 2월 여러 宗室에 의해 또 다른 목판 27폭이 간행되었는데, 뒤에 이들 판목이 모두 대내로 들어갔다고 한다. 또 1685년(숙종 11) 숙종이 선조어필 칠언절구 2수를 첨각(添刻)하여 교서관에서 인출하여 여러 종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 《선조어필》첩은 모두 28장으로 해서 여러 점과 초서 1점 그리고 말미에 란죽도를 실은 것인데, 1630년 간본의 대부분과 1662년 간본의 뒷부분, 그리고 1685년 첨각한 일부(李白, ｢望廬山瀑布｣)에 해당된다. 따라서 인출 시기는 1685년 이후가 된다. 내용은 모두 당송대 시구이며(상세 목록은 3-484《선조어필》 해제 참조), 글자 크기는 중자와 소자로 다양하다. 그중 송(宋) 진덕수(眞德秀)의 ｢임거(林居)｣는 크기를 달리하여 두 번 실렸다. 뒤쪽에 나종언(羅從彦)의 ｢안락재(顔樂齋)｣를 쓴 초서 필적은 기울기가 두드러지고 자간의 연결이 매우 부드러운 선조어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 장은 란죽도인데 이것은 《열성어필》목판본에도 실린 것으로 유일한 어화이다. 대나무 그림은 세죽(細竹) 두어 가지를 그렸는데 잎 끝을 뾰족하게 처리한 것이 당시 유행되던 묵죽화풍과 유사하다. 난 그림은 땅 위의 한 떨기를 그렸는데 잎사귀 표현이 매우 유연하다. 선조의 난그림에 대해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우리 동쪽나라에서 난을 그림에 있어 작자(作者)가 거의 없다. 오직 선조대왕의 어화가 뛰어남을 보였을 뿐인데, 잎을 치고 꽃을 그리는 방식이 정소남(鄭所南)의 필법과 유사하다. 아마 그 때에 송인(宋人)의 난법(蘭法)이 동쪽나라에 흘러와 어화 역시 임방(臨倣)하였던 듯하다. 정소남 그림은 중국에도 드물게 전하는데 요즘 연습하는 것은 모두 원ㆍ명 이후의 필법뿐이다.”라고 하였다. 김정희 언급대로 선조의 난 그림이 소남(所南) 정사초(鄭思肖, 1241-1318)와 유사한 면은 있으나 이보다는 조맹부나 문징명 등의 원ㆍ명대 묵란화풍에 좀 더 가깝다. 다만 꽃송이가 딱딱하게 새겨졌는데 이는 꽃의 농담을 목판으로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조의 다양한 어필을 하나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정사초풍의 난초를 그렸던 선조의 사군자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다.